Dungeon Fortress · Lore

세상의 균열

모든 것이 시작된 이야기.
그리고 거기서 걸어나온 자들의 이야기.

I.
균열이 열릴 때

세상에는 이름 없는 장소들이 있다. 지도에 표시되지 않고, 사람이 가지 않으며, 빛이 닿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곳들. 그런 곳에서 균열이 생긴다. 소리도 없이, 예고도 없이, 그저 대지의 어딘가가 조용히 열린다.

균열은 처음에는 작다. 손바닥만 한 어둠. 그러나 그것은 공간을 먹는다 — 돌을 삼키고, 흙을 삼키고, 이윽고 빛마저 삼킨다. 커진 균열 안에는 다른 공기가 흐른다. 차갑고, 농밀하고, 무언가를 품고 있는 듯한 공기. 그 안에서 처음으로 눈을 뜨는 것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마물이다.

마물은 어떤 힘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균열이 세상으로부터 분리해낸 어둠의 파편이다 — 스스로 의지를 갖게 된 그림자들. 처음에는 형태조차 불분명하다. 그러나 균열이 깊어질수록 그들도 뚜렷해진다. 더 오래된 균열에서는 더 오래된 것들이 나온다.

균열은 기억이 없다. 그러나 그 안에서 태어난 것들은 기억을 갖는다 —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 그러나 지워지지 않는 기억을.

— 탐험가 기록, 연도 불명
II.
던전이라 불리는 것

균열이 충분히 깊어지면, 그 내부는 하나의 세계가 된다. 바깥과는 다른 온도, 다른 중력, 다른 법칙이 적용되는 공간. 사람들은 이것을 던전이라 부른다. 그 이름에는 두려움이 담겨 있다.

던전은 살아 있다. 스스로 확장하고, 스스로 방어하며, 심지어 스스로를 치유한다. 그 안의 마물들은 무작위로 흩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래 관찰한 자들은 안다 — 그들 사이에는 질서가 있다.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가, 그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그 중심에는 반드시 군주가 있다. 군주는 선출되지 않는다. 힘으로 올라서는 것도 아니다. 군주가 되는 것은 — 던전의 중심이 그 존재를 선택했을 때만 가능하다. 왜 그 선택이 일어나는지, 어떤 기준으로 이루어지는지, 아직까지 누구도 설명하지 못했다.

III.
무너지고 또 무너지는

바깥 세계는 던전을 그냥 두지 않는다. 왕국들은 군대를 보내고, 모험가들은 명예를 위해 달려들며, 이름 없는 자들은 탐욕으로 문을 두드린다. 던전은 언제나 전쟁 중이다 — 존재하는 것 자체가 전쟁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던전은 오래 버티지 못한다. 처음 균열이 열린 지 몇 달, 길어야 몇 년이면 무너진다. 군주가 쓰러지고, 마물이 흩어지고, 균열이 봉인된다. 그 잔해 위에 사람들이 깃발을 꽂고, 역사가들이 날짜를 기록한다. 그것이 전부다.

마물들은 이 순환을 안다. 그들 대부분은 받아들인다. 태어나고, 싸우고, 무너지는 것. 세상이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 그러나 가끔, 너무 오래 살아남은 마물이 질문을 품는다 — 왜 우리는 반드시 무너져야 하는가.

던전은 세상의 실패가 아니다. 세상은 던전이 무너지기를 원한다. 그것이 세상이 설계된 방식이다. 그 설계를 거부하는 것, 그것이 가장 오래된 반란이다.

— 작자 미상, 오래된 파편 위에 새겨진 글
IV.
순환을 걸어나온 자들

역사의 어느 구석에는, 이름도 없이 사라진 마물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무너지는 던전 속에서 끝까지 싸우다 죽은 것이 아닌, 뒤돌아보지 않고 걸어나간 자들.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는 이는 없다. 다만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그들 중 몇몇은 지도에 없는 곳을 찾아갔다 — 아직 아무도 닿지 않은 균열을. 그리고 거기서, 다른 이의 명령도, 다른 이의 희망도, 다른 이의 기록도 없이, 스스로 선언했다. 나는 여기서 내 던전을 세운다. 무너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버티기 위해.

세상은 그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세상은 — 여전히 그것을 용납하지 않으려 한다.

군주

순환을 거부하고 스스로의 던전을 세운 자들. 그들 각각의 이유, 그들 각각의 길.

👑
벨제아르
BELZAAR · 악마의 왕
수백 번의 전장을 살아남은 악마. 타인의 깃발 아래 싸운 생이 언제부터인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가 자신의 던전을 세운 것은 강해서가 아니라, 질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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